우측 배너

폭스바겐 `변심`에 국내 배터리 업계 비상…"우려가 현실됐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15일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파…

  • CHANEL
  • 2021.03.19
  • 조회수 : 1916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15일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쓰겠다고 선언하면서 'K-배터리' 업계에 비상에 걸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점차 직접 생산에 가까운 내재화를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 2위 전기차 판매 기업인 폭스바겐의 결정은 후폭풍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폭스바겐이 15일 첫 배터리데이 행사인 '파워 데이'(Power Day)에서 2023년부터 신규 각형 배터리를 적용해 2030년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면서 16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는 충격파가 상당한 분위기다.


양 사 입장에서 폭스바겐은 최대 고객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통상 파우치형 배터리는 각형보다 에너지 밀도가 뛰어나 같은 부피에서도 성능이 뛰어나고, 모양도 변형하기 좋아 각형보다 선진기술의 제품으로 평가돼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파우치형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40GWh(기가와트시)로 전체 배터리 사용량의 27.8%를 차지했다. 전년도 16%였던 시장 점유율이 10%포인트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생산 2위 기업인 폭스바겐이 앞으로 각형 배터리를 표준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서 밝힌 배터리 대량생산 방안 등에 비해 폭스바겐의 결정이 더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d8858c222754fb3664370bd210ee5f96_1616091502_3605.jpg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이 테슬라와 버금가는 최대 공급처이며, SK이노베이션[096770]은 현대차[005380]에 이어 두번째로 큰 고객사다.

 

이 때문에 LG와 SK가 각형 배터리를 새로 만들지 않는 이상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미 양 사는 3∼4년 정도의 물량은 확보한 상태여서 당장 매출에 타격은 없겠지만 그 이후 폭스바겐 전기차의 신규 수주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양 사는 "검토는 해볼 수 있으나 당장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2025년부터 LG와 SK가 매출에 타격을 받고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이날 유가증권시장도 요동쳤다. 폭스바겐 악재로 LG화학은 전 거래일보다 7.76% 하락한 89만1천원에 거래를 마쳤고, SK이노베이션도 21만5천500원으로 5.69% 하락했다.

 

폭스바겐에 각형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어 오히려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삼성SDI[006400]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날 주가가 0.39% 내렸다.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표준으로 택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업인 중국의 CATL은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

 

폭스바겐이 2019년 6월에 스웨덴의 배터리사 노스볼트의 지분 20%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선 것도 영향이 있다.

 

노스볼트는 각형 배터리 생산 업체로 양사는 현재 독일 잘츠기터에 배터리셀 공장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의 '변심' 가능성이 지난해부터 감지돼 왔다고 주장한다.

 

배터리 공급 부족 우려 속에 폭스바겐이 파우치형 배터리 대부분을 한국 기업들에 의존하면서 한국 배터리사들이 오히려 '갑'이 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는 것이다.

 

LG와 SK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면서 폭스바겐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에서 MEB 플랫폼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인데 ITC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에 10년 수입금지 조처가 내려지면서 당장 폭스바겐까지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미국 ITC는 포드에는 4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줬지만 폭스바겐에는 2년밖에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ITC 소송 중에도 미국, 한국 정부와 양사를 통해 원만한 합의를 요구했으나 진전이 없자 결단을 내린 것 같다"며 "파우치 배터리의 우수성을 알고 있는 폭스바겐이 80%나 각형으로 표준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당장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가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입금지가 해결돼도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로 돌아선 만큼 앞으로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5조원에 달하는 미국 투자 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미국이 배터리 자체 생산(내재화)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이 국내 기업의 시장 확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연합을 구축해 배터리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자국 기업들에 유리한 쪽으로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과 중국·일본에 의존도를 낮추는 '탈 아시아'를 선언하고 자체 생산을 위한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KB증권은 보고서에서 "폭스바겐의 규격화된 각형 전지가 원가절감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인 배터리의 표준은 아닐 수 있다"면서도 "한국 배터리 기업은 배터리 소재를 다변화하고, 공정기술 개선 등을 통한 구조적인 원가절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랩 신고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