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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치' 완료,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소형 SUV 시장을 이끌' 트레일블레이저 갤…

  • 오데마피게
  • 2020.02.03
  • 조회수 : 1572


‘옵션이 너무 적어,’ ‘실내 소재가 저렴해’…. 솔직히 말하자. 쉐보레는 그동안 조금씩 아쉬웠다. 차가 나빠서가 아니다. 그저 미국 색채 짙은 상품성은 우리나라 취향을 조금 비껴갔다. 그런데 트레일블레이저는 겨눈 과녁이 사뭇 달랐다. GM이 아닌 한국GM이 활대를 움켜쥐고 국내 시장 정중앙을 노렸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쉐보레




큰 차 좋아한다면서요?


우리나라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가장 많이 팔리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독특한 나라다. 이토록 우리는 ‘큰 차’를 좋아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크다. 실제 마주하면 소형이라 부르기엔 기골이 장대하다. 높이 솟아오른 보닛과 너비 1,810㎜ 어깨, 그리고 1,660㎜ 높직한 키가 어우러져 ‘소형 SUV계의 트래버스’를 꿈꾼다.

트레일블레이저 3면 모습. 앞과 뒤는 액티브 모델이지만, 뒤는 RS 모델이다


옆구리는 더더욱 길다. 전체 길이 4,425㎜에 달하고, 휠베이스도 2,640㎜로 쭉 늘렸다. 우리가 ‘준준중형 SUV’라고 놀렸던 기아 셀토스보다 길이가 50㎜가 더 길고 트랙스보다는 200㎜ 더 길다. 길이 4,450㎜인 준중형 SUV 쌍용 코란도와 길이 차이는 단 25㎜. 소형 SUV 사이에선 위풍당당하고, 준중형 SUV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을 덩치다.

넉넉한 뒷좌석. 1열 시트 아래로 발을 넣을 수 있어 편하다


큼직한 덩치 혜택은 실내 공간에 오롯이 스몄다. 뒷좌석이 여유롭다. 키 177㎝ 기자가 1열을 맞춘 후 뒤에 앉으면 무릎과 1열 등판 사이에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 남는다. 특히 1열 시트 밑으로 바닥이 깊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점이 인상 깊다. 소형이지만 가족용 차로 쓰기에 합격점이며, 심지어 성인 남성 네 명이 타더라도 부대낄 일은 없겠다.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트렁크 용량은 1,470L다 트렁크 바닥을 2단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그 밑으로 넉넉한 추가 수납 공간이 있다


짐 공간에도 여유가 뱄다. 기본 용량 460L며, 트렁크 바닥 높이를 2단으로 조절해 더 넓게 쓸 수도 있다. 유니보디 SUV답게 그 밑으로 깊숙한 추가 수납공간도 빠짐없다. 2열 등받이를 접은 트렁크 용량은 1,470L. 등받이 뒷면과 뒤쪽 바닥 높이가 평평해 활용성이 높다. 다만, 차박은 어렵겠다. 직접 누워보니 발목이 트렁크 밖으로 삐져나왔다.




편의장비? 인심 좀 썼네


항상 ‘옵션’에선 고개를 숙여온 쉐보레. 이번엔 다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나름대로 많은 장비를 품었다.

운전석에 앉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통풍시트가 달려서다. 어디 그뿐이랴, 운전대 열선, 시트 열선, 2열 열선, 풀오토 에어컨까지 사계절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각광받는 온도 관련 장비는 빠짐없이 들어갔다. 더욱이 차세대 이오나이저는 미세먼지를 기존 대비 3배 더 말끔하게 걸러낸다.

컴바이너 방식 헤드업디스플레이(왼쪽)와 보스 사운드 시스템(오른쪽)


뿌듯한 장비도 여럿이다. 스타트버튼을 누르면 계기판 뒤에서 숨어있던 네모난 HUD 투명 조각이 고개를 내민다. 비록 앞 유리에 직접 쏘는 깔끔한 방식은 아니지만, ‘위이잉’ 모터 소리 내며 올라오는 컨바이너타입 HUD가 옆 사람에게 자랑하기는 더 좋다. 7개 스피커 울리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도 그렇다. 실제 음질은 보통 수준이지만, 스피커에 붙은 ‘보스’ 배지를 보는 순간, 사운드가 훨씬 생생하게 들릴 테다.


백미는 8인치 센터패시아 모니터에서 스마트폰 어플을 쓸 수 있는 무선 연결 애플 카플레이. 아쉽게도 안드로이드 쓰는 기자는 무선 연결을 해볼 순 없었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는 구글 정책에 따라 나중에 더할 예정이다.

8인치 센터패시아 모니터(왼쪽), 테두리가 두꺼운 룸미러(오른쪽)


아쉬운 점? 찾아보면 없진 않다. 8인치 모니터는 셀토스처럼 10.25인치로 컸으면 좋겠고, 뒷좌석 송풍구의 빈자리도 셀토스 대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m 성능을 내는 1.35L 가솔린 터보 엔진


깐깐한 그대들을 위해


시동 걸면 3기통 가솔린 엔진이 깨어난다. 보닛을 열어보면 정말 앙증맞은 크기의 심장이다. 소음이나 진동도 마찬가지다. 그 크기처럼 조용하고 떨림도 적다. 다만 피스톤이 서로 충격을 상쇄하는 4기통과 달리 실린더가 하나 없는 3기통인 까닭에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나지막이 진동이 전해진다.

3기통 진동 한계는 1,250rpm 정도의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가속할 때 가장 또렷하다. 그러나 그 이상 rpm이 올라가면 보통 4기통 엔진과 별 차이 없이 반응한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AT(올 터레인) 타이어가 달렸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소리. 급가속을 해도 엔진 소리 유입이 무척 적다. 노면 소리도 그렇다. 시승차는 비교적 노면 마찰음이 큰 AT 험로용 타이어 달린 ‘액티브’ 모델이었는데도 실내가 쾌적했다. 덕분에 고속으로 달려도 한 체급 위 SUV 탄 듯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왼쪽)과 차음형 윈드쉴드(오른쪽) 이미지


비결이 있었다. ‘맞불작전’이다. 엔진 소리를 정밀 분석해 실내 스피커에서 반대위상 소리를 내 소음을 죽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들어갔다. 고급 SUV에서나 구경할 법한 특별한 장비가 저렴한 소형 SUV에 자리 잡은 셈. 더욱이 차음형 앞 유리창까지 들어가는 등 깐깐한 국내 소비자를 고려해 무척 노력한 모양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대 왼쪽에서 조작한다


트래버스도 부러워할 똑똑함


트레일블레이저엔 설정한 속도를 따라 앞 차와 간격을 조절하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하 ACC)이 들어갔다. 브랜드 플래그십 SUV 트래버스에도 없는 고급 기능이다. 역시 첨단장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차답다.

곡선로 감속 기능(왼쪽)과 여러 첨단 장비 이미지(오른쪽)


그런데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함께 쓰는 다른 보통의 ACC와 달리 단지 카메라만으로 시스템을 구현했다. 쓰기 전에 다소 불안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직접 써보니 앞 차와 간격을 제법 안정적으로 조절한다. 기능도 다양하다. 정지 후 재출발 기능이 들어갔기에 정체 구간에서도 문제없이 쓸 수 있으며, 카메라가 곡선로를 인식해 알아서 속도를 줄인다. 의외로 똑똑하다.


그러나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은 없다. 단지 차선 이탈을 방지해주는 기능만 들어갔을 뿐이다. 운전대를 놓으면 좌우로 왔다 갔다 반복하는데, 그래도 이전처럼 격하게 운전대가 꺾이진 않는다. 차분하게 방향을 틀기에 오랫동안 놔둬도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는 없었다.

가장 앞에서 달리는 차는 트레일블레이저 RS, 나머지 두 대는 액티브 모델이다


묵직하게 달리다


한국GM 주도 아래 강도 높은 ‘한국 패치’를 거쳤지만, 쉐보레 매력은 그대로다. 트레일블레이저도 다른 쉐보레가 그렇듯 묵직하게 달린다. 2,640㎜ 동급 최대 휠베이스 덕분에 비교적 노면 충격에 여유롭게 대응하며, 고속으로 달릴 때도 어깨가 긴장하지 않는다. 고속 안정감도 뛰어나다는 얘기다.

트레일블레이저는 9B 아키텍처를 밑바탕 삼는다


트레일블레이저 밑바탕은 쉐보레가 처음으로 쓴 ‘9B 아키텍처’다. 최신 플랫폼답게 고장력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78%에 달하고 그중 22%는 기가스틸(10원짜리 동전 크기 철로 10t 무게를 견디는 강판)로 빚었다. 실제 운전할 때도 차체는 무척 묵직하게 흔들린다. 강성 높은 차체가 서스펜션을 단단히 붙들어, 스프링과 댐퍼가 제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고속에서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차분한 주행감엔 9단 변속기도 한몫 보탠다. 시속 100㎞로 항속할 때 9단 항속 기어가 들어가면서 rpm이 1,400수준으로 떨어진다. 엔진 소리는 바람 소리 뒤편으로 숨어버린다.


가속도 묵직한 편이다. 1.3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m 성능을 낸다. 네 바퀴 굴리는 시승차의 무게가 1,46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딱 적당한 수준이다. 실제로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저속에서는 무척 활기차지만, 고속에서는 힘이 다소 빠진다. 다시 말해 저속에선 1,600rpm부터 일찍이 최대토크가 나와 가속이 빠르지만, 고속에서는 1.35L 배기량 한계가 드러난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닫는 ‘액티브 에어로 셔터’ 기능이 들어갔다


경제성, 세금이 절반이다


시승을 마친 후 기록한 연비는 L당 13㎞ 대. 가끔 급가속을 하긴 했으나, 고속도로 위주로 달린 덕분에 만족스러운 수치가 나왔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기술도 주효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닫는 ‘액티브 에어로 셔터’ 기능이 들어갔다. 또 워터 펌프 등 부속 부품을 전동으로 돌리고 사륜구동 시스템은 앞바퀴만 굴릴 땐 뒤로 향하는 동력 축의 회전을 끊어 엔진에 걸리는 저항을 최대한 줄였다. 참고로 1.35L AWD 모델에 17인치 험로용 타이어를 맞물린 시승차의 공인 연비는 L당 11.6㎞다.


1.35L 다운사이징 엔진의 저렴한 세금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연간 세금이 24만4,060원에 불과하다. 비슷한 출력을 내는 2.0L 엔진 세금은 약 51만9,000원 수준. 배기량으로 세금을 매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무시 못 할 경쟁력이다. 다만 터보 엔진은 고장 시 정비가 까다롭고 부품이 비교적 비싼 점도 고려해야 한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그동안 무심했던 이전 쉐보레와는 다르다. 무척 친절하다. 우리나라 시장의 소리를 경청해, 구석구석에 반영했다. 넉넉한 공간과 풍부한 편의장비, 정숙한 실내가 그렇다. 과연 트레일블레이저는 국내에서 추락 중인 한국GM의 위상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제품만 놓고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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